[mdtoday=최민석 기자] 당뇨병 진단받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약만 잘 먹으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5년, 10년··· 시간이 지나면서 약은 두 알, 세 알로 늘어나고 결국 인슐린 주사까지 고려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내가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며 자책하지만, 이는 당뇨병이라는 질환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
영국의 대규모 연구인 UKPDS(UK Prospective Diabetes Study)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진단 시점에 환자의 췌장 베타세포 기능은 이미 정상의 약 40~50% 수준으로 감소해 있다. 이후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베타세포 기능은 점진적으로 저하되며, 이는 곧 혈당 조절의 어려움과 약물 증량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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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민 원장 (사진=당봄한의원 제공) |
즉 약 복용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저 환자의 의지 부족이 아닌 췌장 기능의 점진적 소실이라는 당뇨병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당뇨병은 흔히 혈당 수치가 높은 질환이라 말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점차 감소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진단 시점에 이미 절반 가까이 췌장 기능이 떨어져 있고, 이후에도 관리 방향에 따라 추가적인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면, 혈당 조절이 점차 까다로워질 수 있는 이유를 보다 분명히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 혈당 수치를 즉각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췌장의 장기적인 보존까지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당뇨약을 무작정 끊는 행동은 위험할 수 있다. 혈당 조절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중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오히려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더라도 몸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다음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평균 혈당뿐 아니라 급격하게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야 한다. 널뛰는 혈당은 췌장에 과도한 업무 부하를 주어 기능을 빠르게 소진시킬 수 있다. 둘째, 췌장이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잦은 간식과 늦은 밤 야식은 인슐린 분비를 계속 자극하므로, 식사 사이 간격을 충분히 두고 불필요한 섭취를 줄여 췌장이 과도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야 한다. 근육량을 유지·증가시키고 체내 염증을 줄이면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혈당이 잘 조절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인슐린을 많이 쓰는 몸이 아니라 ‘적게 써도 되는 몸’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간 수치 개선보다도 장기적인 췌장 보호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당봄한의원 종로점 이혜민 대표원장은 “한의학에서는 당뇨를 수치의 문제가 아닌 췌장을 포함한 비(脾)·위(胃) 기능의 약화와 기허(氣虛) 상태로 해석한다. 이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약재가 바로 황기이다”라며 “황기는 기를 보하고 장부 기능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보기(補氣) 약재로, 전통적으로 소모된 기능을 회복시키고 대사 균형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돼 왔다. 현대 연구에서도 황기가 인슐린 감수성 개선, 항염 작용, 산화 스트레스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를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리하자면 당뇨약을 끊기 위해서는 혹은 당뇨 완치를 위해서는 혈당 수치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 머무르기보다, 췌장의 부담을 줄이고 기능을 지지하는 방향에 초점을 둬야 한다”라며 “체질과 대사 상태를 분석한 뒤 황기를 포함한 맞춤 처방을 통해 장기적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소모 속도를 늦추고, 인슐린 분비 환경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당뇨는 관리 방향에 따라 5년, 10년 뒤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C-펩타이드 검사 등을 통해 현재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자세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교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당뇨약 끊기는 당장 약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췌장을 지키는 관리·치료 전략을 통해 자연스럽게 약을 덜 쓰는 상태로 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이제 당뇨 관리의 초점을 ‘수치’에서 ‘췌장’으로 옮겨야 할 때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메디컬투데이 최민석 기자(press@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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