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병원의 119 환자 수용 거부…거세지는 응급의료 개선 목소리

김민준 / 기사승인 : 2021-09-16 07: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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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심정지 환자도 1시간 이송ㆍ대기해야 응급실행"
▲대형병원의 119 이송환자 수용거부 등으로 응급환자가 1시간 이상 이송ㆍ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 DB)

잇따르는 대형병원의 119구급대 환자 수용 거부로 심정지 환자도 응급실 이용시 1시간 이상 대기해야만 하는 응급의료체계 붕괴 직전인 상황에 대해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양민규 수원소방서 119구급대원은 병원들의 119구급대 이송 응급환자 수용 거부로 인해 심정지 환자가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 응급실을 사용할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119구급대 이송 응급환자 수용 거부의 실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양 구급대원은 “심정지 환자를 처음 이송한 병원에서 수용 거부 당한 이후 인근에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 1시간 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며 “‘그냥 밀고 들어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짜 병상이 없는 상황일 경우 이송 환자 또는 응급실 내 소생 가능성이 낮은 환자가 죽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했다”고 당시 안타까운 상황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심정지가 발생한 어머니가 119구급차를 타고 A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으나, A대학병원은 사설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는 응급실로 들여보낸 반면, 119구급차에게는 ‘모든 환자 진료 불가’를 통보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게재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B대학병원에서 119구급차로 이송 중인 아들을 수용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지난해 9월에는 농약 약물중독으로 의식저하가 보이던 50대 남성이 병원 30여곳의 수용 거부로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병원들이 119구급대가 이송하는 응급환자를 받지 않기 위해 “오래 걸릴 수 있다” 또는 “3~4시간 기다려야 돼요” 등으로 구급대원ㆍ환자ㆍ보호자들에게 타 병원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노조는 “119구급대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일반 환자들보다 접수 속도가 차이나다 보니 걸을수만 있다면 응급환자들이 구급차에서 내려 고통을 참고 응급실로 걸어 들어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병원 측이 119구급대가 환자를 인계하지 않고 갔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구급대원들이 징계를 받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발생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들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김수한 수원소방서 119구급대장은 응급실 내 격리실이 부족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야만 119구급대 이송 환자 수용 거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구급대장은 “현재 응급환자 이송 구조는 코로나19 유증상이 있을 경우 중소병원에서는 수용 자체가 불가해 3차 대형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으며, 병원에서는 특히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은 병상 증설이 지난 몇 년간 막혀 환자를 수용하고 싶어도 수용할 병상이 없음을 하소연하고 있는 만큼, 응급실 병상과 중환자실 병상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백신 접종 후 경증의 이상반응 환자들도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정작 필요한 중증의 응급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도 이제는 완화돼야 함을 강조했다.

길진혁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소방위는 코로나19 유증상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지침과 병원의 내부 지침이 상이함에 따른 환자 수용 거부도 119구급대의 환자 이송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 소방위는 “복지부 지침에는 발열이 37.5도가 넘을 경우 병원 입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있지만, 병원 내부 지침에는 37.3도 등으로 규정돼 있는 경우가 있어 복지부 지침만 믿고 왔다가 타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구급대원이 소지한 체온계와 병원이 사용하는 체온계 간의 오차범위로 환자 수용이 거부되는 사례도 펼쳐지고 있음을 덧붙이며, 체온계 간의 오차범위를 고려한 지침과 복지부-병원의 코로나19 관련 지침 일원화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구급대원이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이유가 정말로 병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를 확인·판단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길진혁 소방위는 “구급대원들이 병원 현장 상황을 몰라 병원 전화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로 인해 일정부분 응급환자 안정화가 가능한 구급대원의 전문성과 이를 돕는 구급차에 비치된 약제 및 의료기기, 빠르게 이동 가능한 구급차의 기동성과 합쳐져 119구급대 이송환자 수용 거부에 영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 수용 불가 최소화를 위해 격리병상 확충 및 시설 탄력적 활용과 함께 신속한 이송병원 선정 및 중증응급환자 격리병상 확보 등을 시행 중이다.

또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 강화를 위해 ▲중증응급환자 이송 핫라인 운영 ▲심정지 환자에 대한 예외적 이송체계 마련 ▲경증응급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응급용 선별검사 건강보험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증응급환자 이송 핫라인은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전원시 사용하는 직통 전화 ‘핫라인’을 한시적으로 구급상황관리센터와 응급실 간 중증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비상연락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중증응급환자의 신속 전원을 위해 구급대가 이송병원 선정 요청 시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지도의사는 직통 전화로 의료기관에 환자 상태를 전달하고 수용을 요청하게 된다.

심정지 환자에 한해서는 ‘응급의료기관 수용 가능 여부 확인 후 이송’이 아닌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최적 이송병원을 선정ㆍ고지 후 이송’하는 예외적 절차를 마련했다. 이 절차에 따라 심정지 환자 발생시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즉시 사전 합의된 원칙에 의거해 이송병원을 선정하고 해당 기관에 고지 후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복지부는 병원의 환자 수용 거부 최소화를 위해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응급환자 수용 곤란 고지 통합지침과 고지 관리체계가 구축을 추진 중으로, 수용 곤란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 및 기관별 평가를 통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 개선을 통해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곤란 상황 발생을 구급대 및 주변 의료기관과 공유ㆍ관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하고, 응급의료기관의 환자수용 여부 판단을 위한 응급환자 정보 연계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응급환자 수용 거부 최소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응급환자 이송관리체계 마련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게 하고, 환자 이송 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수용 능력 확인 및 수용 곤란 고지 기준ㆍ방법ㆍ절차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경증 및 비응급환자를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내용과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응급의료체계 운영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위해 관계 공무원 등이 응급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의료종사자 및 응급의료기관 등에게 필요한 경우 관계 서류 검사 및 진술 확인을 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환자 이송의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소방청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추진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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