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속 바이러스가 크론병 막는다…세계 첫 보고

강연욱 / 기사승인 : 2016-04-18 1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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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장 속에서 살고 있는 바이러스가 복통, 설사 등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흔히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고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와 다르게 공생 미생물 중의 하나인 장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지켜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경희대 배진우 교수·연세의대 천재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에 걸린 생쥐를 통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8일 밝혔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 점막에 다발성 궤양과 출혈, 복통, 설사를 수반하는 만성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그동안 공생 미생물의 하나인 장내 박테리아의 군집 변화가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는 보고된 바 있지만, 또 다른 공생 미생물인 장내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기전은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에 걸린 생쥐와 크론병 환자군의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해 장내 바이러스 군집 변화에 따른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양상과 면역학적 특성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면역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TLR3/7)’의 기능이 망가진 생쥐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톨유사수용체3/7는 바이러스 등의 외부 물질을 인식하고 면역 세포의 대사를 촉진해 선천성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톨유사수용체는 폴리와 이미퀴모드와 같은 물질에 반응해 활성화되는데, 장내 공생 바이러스가 보유한 RNA 물질이 바로 이 물질과 같다.

연구팀은 톨유사수용체3/7의 활성화에 따른 염증성 장질환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대장염에 걸린 생쥐에게 폴리와 이미퀴모드 물질을 투여했다.

그 결과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가 활성화돼 대장 점막 고유층의 면역세포인 특정 수지상 세포의 활성이 촉진됐고 체내 면역 단백질 물질인 인터페론 베타의 분비가 증가해 염증성 장질환의 증세가 유의적으로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실제 항바이러스제로 생쥐의 장내 공생 바이러스의 양을 감소시켰을 때 염증성 장질환이 더욱 악화 된다는 결과를 얻었고, 항바이러스제의 처리가 장내 바이러스의 양적·질적 변화와 장내 세균 군집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나아가 크론병 환자의 대장 조직에서 얻은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톨유사수용체3/7에 관한 유전자가 정상인에 비해 변이돼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권미나(左)-배진우(右)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에 연구팀은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 장내 바이러스의 작용을 없애거나 약하게 하는 항바이러스제의 남용을 경계,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미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내용으로, 이를 활용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과 항바이러스제 남용에 대한 경계를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면역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이뮤니티’ 4월호에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dusdnr166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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