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가 버린 백혈병가족 박지연, 31일 死…논란의 끝은?

김민정 / 기사승인 : 2010-03-31 19: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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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방사선 노출, 과로'로 인한 발병가능성 제기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가 급성 골수성백혈병에 걸려 32개월간 투병해온 박지연 씨가 31일 사망했다. 이로써 공식 사망자만 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삼성반도체 백혈병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뜨겁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9호는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박지연 씨에 대한 애도의 물결로 가득찼다. 박 씨의 외할머니는 영정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돈이 뭐길래 아이고 불쌍한 것”이라며 오열했다.

박 씨의 어머니는 “사흘간 긴급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딸 아이와 말 한마디를 못해보고 보냈다”며 “효도한다고 어린 나이에 취직해서 3년도 안돼 백혈병으로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알았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박지연씨는 2004년 12월27일 온양반도체(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2년8개월간 QA그룹이라는 검사과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백혈병 암에 걸렸다.

박 씨는 21살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수차례 항암치료로 회복조짐이 보였으나 지난해 9월 백혈병이 재발해 위기를 맞았다.

강경에서 요양을 하던 중 박 씨는 26일 급성 경련을 일으켜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하지만 다음날 27일 토요일 오전부터 고 박지연 씨의 몸 상태는 급격히 악화돼 백혈병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결국 31일 오전 10시50분 경 사망했다.

당시 박 씨는 폐기능이 손상됐고 신장도 망가져 마지막에는 얼굴이 심하게 붓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인공호흡기를 계속 꽂고 있어 가족과의 소통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는 고3을 졸업하기 직전 삼성 반도체 공장에 들어왔으며 공장과 기숙사를 오가며 교대근무를 했다. 특히 방사선에 직접 노출된 작업환경이 문제로 불거졌다.

2009년 5월15일 천안 근로복지공단 자문의협의회에서 박 씨는 “납에 제품을 담글 때, 하얀연기가 나는데 그 연기는 코로 바로 흡입이 돼 역겹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화학약품이 손에 묻는 일은 다반사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 씨는 “장갑이라고는 면장갑을 착용했지만 약품이 그대로 손에 스며들었고 물로 씻어도 약품이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며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거의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실험시 필요한 안전보호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작업장에서 일한 같은 과 동료 근로자는 “검수 작업이 끝나면 패키지라는 것을 지워요. 이런 몰딩으로 딱 덮는 작업을 하는데 여자 사원들이 그걸 접하니까 피부병을 많이 앓고, 호흡기도 안 좋고, 천식에도 걸리죠. 또 그 쪽은 방사선 수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산업의학과 전문의들은 업무특성상 방사선에 지속 노출됐고 심각수준의 과로까지 겹쳐 몸의 면역체계가 떨어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과 김현주 전문의는 소견서에서 “박지연 씨의 백혈병에 대한 업무 연관성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특성상 간헐적인 고농도 노출을 동반하는 자연방사선량 이상의 X-ray에 노출돼 왔다는 점”이라며 “또한 심각한 수준의 과로가 면역 체계에 영향을 줘 암 발생에 관여했을 가능성”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태는 이번 일 뿐만이 아니다. 2007년 3월6일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를 계기로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현재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에서는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들을 29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중 사망자는 7명이다.

최근에는 온양공장, 기흥공장 등에서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거나 사망한 새로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올림 측은 파악하고 있다.

앞서 관련 근로자들은 집단 산재신청을 했으나 모두 불승인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피해자 7명은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해 놓은 상황이다. 5월에는 2차 변론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핵심 관계자들은 소송의 핵심쟁점이 백혈병 근로자와 직업간 관련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반도체 작업환경을 측정한 두 개의 상이한 연구결과가 논란의 중심이다.

반올림 소송단 김민호 노무사는 “지금껏 삼성 측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산안공단)은 물질이 작업장내 인체에 영향을 미칠만큼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새 연구결과가 이를 전면 부정했다”며 “현재 법원에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결과를 공개토록 요구했고 서울대 측에서 이 연구결과에 대한 증언을 적극 규명하고 새로운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결을 내리는 쪽으로 재판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산안공단에 역학조사를 지시했으며 조사 결과 삼성반도체 공정에서는 유의미한 수준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뒤이어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 반도체 공정물질 6건 중 6건 모두에서 벤젠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산안공단의 연구결과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산안공단의 보고서는 유해인자의 노출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노출정도를 ‘공기 속에서의 농도’로 측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안공단은 벤젠의 검출에 대해 ‘유의미한 양’이 아니라고 했을 뿐 벤젠의 검출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자 또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의 한계성을 인정한 바 있다.

공유정옥 산업의학과 전문의는 “벤젠이 검출됐다는 지난 10월의 조사 결과는 벤젠에 근로자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전 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안공단 직업병연구센터 관계자는 “사실상 10년 이상 연구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며 “연구 결과의 한계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sh1024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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