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추진 반대… “환자의 건강권 침해”

김민준 / 기사승인 : 2021-06-18 08: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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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기구 구성해 충분한 논의 거쳐야 의협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7일 이번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이에 대한 강력 대응 조치로 인천 및 광주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 관련자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대표원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최근 인천과 광주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하여 환자단체에서 의료사고 등 증거 보존 등을 이유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

그러나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만으로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인 의협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추진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우선 의협은 "수술실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잠재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등 환자의 치료와 안전이 최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어,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를 초래하고, 의료인에게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으며, 긴급 상황 발생시 대처 미흡 및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여 최적의 수술 환경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능동적‧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의료진의 방어적‧소극적 대처로 이어져,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고 결국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고 일반화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다면, 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며, 이는 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물론 같이 일하는 간호사 등 의료진의 인권 침해와도 연결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저해할 것"이라고 짚었다.

"치료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 사이의 신뢰가 근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진료 행위에서, 당초 환자가 예상 가능한 합병증‧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나 정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것은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확대시킬 수 있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이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쟁이나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 불신의 골만 깊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또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와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는 의료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사의 법적 의무 사항이며, 의사는 의과대학에서부터 환자 비밀 유지를 의사의 최우선적인 보편적 직무윤리로 교육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될 경우,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기술자‧수리기사 등 해당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해당 영상 정보 유출 가능성 상존에 따른 환자의 비밀 또한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운영으로 인해 실제 수술 진행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감추고 싶은 남녀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빈번히 노출되는 장소인 만큼, 네트워크 전문가가 전무한 의료기관의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N번방 같은 비밀 채팅방과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환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수술 영상이 돌아다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영상 유출 우려에 따른 환자의 불안감 가중은 물론 환자 본인의 사회적 명성이나 사생활 등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보의 축적은 곧 언제든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므로, 정보유출 가능성이 ‘0%’ 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으며, IT 보안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청와대, 국방부, 금융기관, 심지어 국민건강보험공단조차도 정보 유출이 빈번한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의 경우, 해킹 및 백도어에 대한 보안을 완벽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영상정보의 유출 후 2차, 3차 피해 발생 또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다수의 부작용이나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의사, 환자간 분쟁과 더불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외과계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권력을 통한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한 능동적 주체로서 보다 나은 대안을 위해 적극 대화하고 협력하고자하며, 대리수술 방지책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갈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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