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 없으면 진료 못받는 정신과…사문화된 청소년 ‘정신건강 프라이버시’

김민준 / 기사승인 : 2021-06-17 16:12:53
  • -
  • +
  • 인쇄
청소년 인권단체 “정당한 사유 외 진료거부 불가 규정 사문화”
▲청소년들이 정신과 진료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DB)

정신과 진료를 받는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부모 동의가 없으면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청소년 정신과 상담 관련 제도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아동ㆍ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 지원제도 및 개선 방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진료를 받은 10~19세의 청소년은 2016년 15만720명에서 2020년 19만697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19세 이하 아동ㆍ청소년의 자해ㆍ자살 시도자 수는 2015년 2318명에서 2019년 462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고, 2019년 기준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이 각각 39.9%, 25.2%로 성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매년 청소년의 정신 진료 환자가 늘어나는 등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이 자신의 개인 사생활 등을 보호받으면서 정신 진료ㆍ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ㆍ루트가 미흡하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청소년 인권 행동 ‘아수나로’가 지난해 9월 부산 지역 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급 의료기관 108곳을 대상으로 불법 청소년 진료 거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부모의 동의(동행) 없이 청소년이 정신과 진료ㆍ처방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21%에 불과했으며, 기본적인 진료도 거부하는 의원 또한 46%에 달했다.

사실상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등을 거부하지 못한다’ 규정과 보건의료기본법에 명시된 ‘나이ㆍ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자신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사문화된 상황인 셈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청소년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려 할 때,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결정에 따라야만 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병원 측이 부모 동의 없이 방문한 청소년을 진료 등을 했다가 나중에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들로 인해 그러한 관행이 생긴 것 같다”며 “병원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으나, 부모의 항의 가능성 때문에 진료 등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인권단체들은 “유독 청소년 정신과 진료 관련에서만 부모 동행 요구 또는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는 등 프라이버시와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일들이 정당화가 되고 있다”며 “명확한 원칙을 갖고 차별 없이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 진료하는 것이 아닌 치료 여부를 부모에게 위임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 거부로 인해 부모의 학대에서 도망쳐 나온 탈가정 청소년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하며, 일반 가정 내 청소년들도 정신ㆍ심리 치료가 필요해도 진료를 받으려면 부모를 설득해야만 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될 ‘5차 정신건강 실태조사’부터는 아동ㆍ청소년도 포함할 예정으로, 올해 아동ㆍ청소년 특성에 맞는 정신건강 조사도구를 개발해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아동ㆍ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아동ㆍ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아동ㆍ청소년과 성인의 정신질환 종류가 달라 조사도구에 차이가 있었고, 대상자 접근에 한계가 있었으나, 아동ㆍ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번 5차 실태조사부터 아동ㆍ청소년도 포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방문 이외에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정신과 상담ㆍ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다”면서 “유선이나 방문 상담을 통해 의료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의료기관 연계를 해주고 있다”고 안내하며 “청소년은 Wee 센터 등을 통해 정신과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학교별로 Wee 클래스도 있다. 의료기관에서 정신과 진료 등을 거부하면 차선책으로 위의 방법을 통해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청소년에 특화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수와 Wee 클래스ㆍWee 센터 등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말 기준 전국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아동ㆍ청소년에 특화해 정신질환을 예방ㆍ조기발견ㆍ치료가 가능한 곳은 고양, 부천, 성남, 수원 등에 설치된 4곳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근무하는 종사자의 자격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대한 규정인 ‘청소년복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사자 자격에는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기준ㆍ요구사항은 없었고, 분야도 상담복지에 한정돼 있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위한 체계적ㆍ전문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외에도 국회입법조사처는 “교육부의 Wee 클래스ㆍWee 센터와 관련해 ▲전문상담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를 통해 아동ㆍ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리를 수행하고 있어 정신건강에 대한 별도의 전문화된 조직 설치나 전문 인력의 고용지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저작권자ⓒ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의료기관이 의료업 정지 등 제재처분 받으면 전문병원 지정취소’ 추진2021.06.17
3분기까지 3600만명 1차 접종 완료…“11월 집단면역 형성 달성 목표”2021.06.17
‘군대 내 상관에 의한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ㆍ추행죄 신설’ 추진2021.06.17
백신 1차 접종자 1400만명 돌파…접종 시작 112일째2021.06.17
60세 이상 백신 감염예방 효과 84%…사망예방 효과는 100%2021.06.17
뉴스댓글 >
  • L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