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전자산업서 일한 청소노동자 유방암 발병…직업성 암 첫 산재 인정

남연희 기자 / 기사승인 : 2022-01-07 15: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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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 존재”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OLED라인에서 근무하다가 유방암에 걸린 청소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남연희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OLED라인에서 근무하다가 유방암에 걸린 청소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에 대한 직업성 암 산재 인정 첫 사례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5일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황모 씨의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고 22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황씨의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

황씨는 지난 10년간 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2020년에 정년을 맞아 퇴직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지난해 4월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질병판정위는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서 스막룸 청소시 클린룸의 상황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신청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과거 20년간 미싱사로 근무하던 기간에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야간 및 철야 작업을 수행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택시 운전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근무할 때도 격일제, 변형 또는 3교대 근무를 하는 등 야간 근무 이력은 약 20년 이상이라는 점도 산재 판정 과정에서 인정됐다.

황씨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주로 청소한 공간은 스막룸이다. 스막룸(smock room)이란 클린룸으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 공장 라인을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공간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공장의 작업자들은 스막룸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는다.

반올림은 “전자산업 직업병에서 그간 주로 주목을 받은 곳을 생산설비가 있는 클린룸이었다. 황씨의 작업공간인 스막룸 등 주변공간의 위험성 여부는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공간에서도 유해물질 노출이 의심되며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씨와 같이 스막룸 청소를 했던 유방암 피해자도 스막룸 라인에서 나온 작업자들이 옷, 신발, 장갑 등에 화학물질을 묻혀 나온다고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에서도 스막룸에서 라인 내 화학물질이 검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짚었다.

반올림은 “이전에는 청소노동자의 경우 노출이 일반 작업자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화학물질로 추정되는 물질들을 면포로 닦은 후 그 면포를 털어낸다거나 새어나온 화학물질이 있으면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 그 색깔을 보고 조치했다는 등 상당히 위험하다고 짐작되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피해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하고, 청소노동자의 진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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