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등의 폭행 따른 장기요양급여 제한은 '수급자 사회보장권' 침해"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1-04 1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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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 대해 의견 표명
▲ 수급자 및 그 가족의 폭행·성희롱 등을 이유로 한 장기요양급여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는 인권위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 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수급자 및 그 가족의 폭행·성희롱 등을 이유로 한 장기요양급여 제한은 신중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2월 21일 국회의장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추진되는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급자 및 그 가족이 장기요양요원에게 폭언·폭행·상해 또는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장기요양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장기요양요원에 대한 수급자와 그 가족의 폭행·성희롱 등을 방지함으로써 장기요양요원의 인격권,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장기요양요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으로 장기요양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권적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기요양급여 수급권은 사회보장권에 속하므로, 장기요양급여의 제한은 사회보장권에 대한 퇴보적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위는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이 조치로 인해 개인이나 집단이 최소한의 필수 사회보장권에 접근하는 것이 박탈되는 것은 아닌지, 장기요양요원과 장기요양 수급자의 인권을 최대한 조화롭게 보장하는 다른 수단은 없는지 등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인권위는 장기요양급여 수급권은 수급자에게 개인위생 관리, 신체기능 유지·증진, 식사보조, 목욕 등 생명 유지 활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존의 권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권리임을 강조했다.

이어 “혼자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거나 가족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경우 장기요양급여마저 제한된다면 이는 인간다운 생존을 위협받는 과도한 제한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수급자 본인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행위로도 장기요양급여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며, 이번 개정안은 장기요양급여 제한의 핵심적 요소인 가족의 범위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 제29조 제2항은 과잉금지원칙, 자기책임의 원리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해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사회보장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해당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장기요양요원들이 수급자와 그 가족에 의한 폭행·성희롱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요양요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시급한 과제인 바, 이에 인권위도 2020년에 실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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