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선심성 건보 공약…중증희귀‧난치성질환 급여확대 또 밀리나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9 0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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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탈모치료제 급여확대 공약 공식화
尹, 제2형 당뇨 연속혈당측정기 지원 공약
환자단체 “건보재정, 표 얻기위해 쓰는 곳간 아냐”
▲ 여야를 막론하고 각당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질환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 공약을 내걸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치 않은 ‘선심성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각당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질환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 공약을 내걸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치 않은 ‘선심성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초고가인 신약과 늦어지는 급여 등재에 고통받는 암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목소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7일 ‘석열씨의 심쿵약속’ 열두번째 공약 자료를 통해 “임신성 당뇨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뇨병 환자가 연간 10%씩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진료비 부담도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만큼 기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만 적용하던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지원을 임신성 당뇨병, 성인 당뇨병 환자 등 제2형으로까지 넓히겠다는 것.

연속 혈당측정기는 혈당치와 혈당 추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기로, 혈당 관리가 필수적인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한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당뇨 환자는 약 333만명, 2형 당뇨의 경우 301만명 가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4일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약을 공식화한데 이어 윤 후보까지 나서자 여야 막론 각당 대선 후보가 특정 질환을 거론하며 건강보험 급여 확대 공약을 내걸게 됐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선후보들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고려치 않은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건강보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이 후보가 자신의 SNS를 통해 ‘탈모’ 공약 추진 의지를 밝히자 초고가 항암제와 신약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 및 중증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현재 건강보험정책이 탈모 환자분들에게 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우선시 해야하는 정책‧제도를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거와 표를 위해 각 후보들이 건강보험정책을 남발한다면 공약으로 직접 피해를 보는 이들은 중증희귀난치성질환자”라며 “후보자들은 현재 의료제도 안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치료 접근성과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초저출산 시대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영유아를 비롯해 생명을 위협받는 희귀질환자들의 치료접근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들은 통탄을 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시판된 희귀의약품신약 127개 중 보험에 등재된 것은 71개로, 56.0%의 보험등재율을 나타냈다. 즉 56개의 신약은 시판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등재가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미 병적인 탈모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한 다른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모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자보다 탈모 인구가 더 많은 것만 고려한 포퓰리즘은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의견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공약 공식화 당시 “적정한 본인부담율과 급여 기준을 시급히 정하겠다”고 언급 했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수가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여기에 윤 후보의 건강보험급여확대 공약까지 가중되며 암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 아울러 지금도 치료약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환자들이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 6개 단체는 12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에게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보험적용 확대 공약화를 촉구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 신경세포 손상으로 온 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이전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지만 2016년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가 개발돼 국내에선 2019년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스핀라자의 1회 주사비용 약 1억원, 급여 적용 시 600만원 수준이다. 투약 첫 해 6회 이후 4개월에 한 번 투여해야 해 급여가 적용돼도 치료비 부담이 크다.

그런데 스핀라자가 모든 유형의 SMA 환자를 위한 치료에 허가를 받은 것과는 달리,국내에서는 만 3세 이후에 진단을 받았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급여 기준에서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성인 발병 환자들은 현실적으로 급여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 이에 단체는 대선후보들에게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 제한 해소를 위한 관심과 공약화를 당부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각 당 후보들의 건강보험 공약에 대해 “후보자들이 먼저 (건강보험)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하고 이후 여력이 된다면, 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우선순위 없이 표만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쏟아내는 것이 문제”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향후 공약의 실현 여부를 떠나 지속되는 급여화 압력은 보건당국이나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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