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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평화의 상징 비둘기, '유해 야생동물'로 낙인 '코앞'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입력일 : 2009-04-08 07: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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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올 6월 개체수 줄이는 방안 모색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中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고등학교 때 열심히 줄 쳐가며 외웠던 시 구절에서, 또 과거 88올림픽 때 TV 화면을 가득 채우며 날아갔던 모습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비둘기.

하지만 올리브 가지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물고 있는 비둘기는 현대인에게 흉물스러운 존재가 돼 버렸다.

사람들이 주는 기름에 튀기고 염분덩어리인 음식들을 주워 먹고 살이 오를 대로 올라 ‘닭둘기’(닭+비둘기), ‘돼둘기’(돼지+비둘기) 등 다양한 별명을 안고 살아가는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신영태 사무관은 “집비둘기가 도심 주변에서 건물이나 시설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한 것”이라며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해 6월이면 시행될 예정이고 지자체 사업평가를 통해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비둘기에 대해 모르면 말을 하지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들은 다 수입종이며 1988년도에 들어온 것만 3000마리 정도로 이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 서울에만 약 100만 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아파트 난간이나 건물 환기구, 육교 다리 밑 등과 같이 절벽과 환경이 비슷한 곳에 둥지를 틀며 일 년에 한두 차례 알을 낳던 비둘기가 번식이 왕성해 요즘엔 연중 5~6차례 산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입법 예고된 야생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비둘기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은 각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포획을 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고 나면 각 지자체들은 비둘기 퇴치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문제는 공무원들이 비둘기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비둘기는 지난해 11월4일 전까지는 ‘가축’으로 분류돼 이전 농림수산부의 관할이었으나 가축은 주인이 있어야 함에도 현재 서식 행태상 그 신분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왔으며 각 지자체에서도 담당부서가 아니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빠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수
그러다 지난해 11월 집비둘기가 야생동물에 해당된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라 현재의 신분을 갖게 됐으며 관리할 수 있는 법적책임이 생긴 것이다.

환경부에서도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은 했지만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실제 피해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새박사’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는 “비둘기는 농작물을 파괴하지 않으며 실제 분비물로 인해 건물이 부식된다는 근거도 없다”며 “프랑스 등의 선진국 비둘기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는데 우리 정부에서도 무조건 유해조류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그 습성을 파악하고 어떻게 개체수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둘기보다 유해한 동물은 인간?

배설물로 건물 유리창과 옥상을 더럽히고 진균류 등이 각종 질병을 옮긴다고 해 눈엣가시가 돼버린 비둘기들.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의 단체들이 특히 문제시하는 것은 비둘기 포획에 있어서 어떤 방법을 쓸 것이냐 하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도심지역을 벗어나도록 서식지를 옮기며 구체적으로는 알을 수거하고 피임법을 쓰는 방법 혹은 곡물창고 안에 알을 낳고 서식하는 경우 덫으로 포획해 안락사 시키는 등의 방법이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자체 장의 허가를 받고 각 개인들이 포획에 나설 경우 사냥총으로 비둘기 사냥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은 사람보다 유해한 동물이 어딨냐며 비둘기가 유해하다고 다 잡아 없애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소장은 “기름기가 있는 것을 많이 먹어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비둘기도 있었다”며 “사람들이 먹이를 안주면 가까이 오지 않는데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홍보를 하거나 사람이 없는 쪽으로 서식지를 옮기면 천적은 자연스레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소장은 “안 그래도 도심의 아이들에게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데 비인도적인 포획이 이루어져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비둘기가 영역동물이라는 점이다.

동물자유연대 전략기획팀 전경옥 팀장은 “비둘기는 영역동물이기에 자기 영역을 확실히 가지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어느 한 지역의 비둘기를 없애면 다른 지역에서 다시 유입되므로 일방적인 포획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팀장은 “비둘기가 사람에게 덜 내려오도록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해 서서히 개체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비둘기가 시각이 예민해 독수리나 큰 새의 모형을 보고도 놀라는 것을 활용하든지 좀 더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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