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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의사들, 환절기 '감기약 처방' 소신껏 못하는 사연
메디컬투데이 권선미 기자
입력일 : 2008-09-30 08: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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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감기'로 감기약 과다처방 논란...처방 의심 늘어 '전전긍긍'
[메디컬투데이 권선미 기자]

기침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에게 감기약 처방을 과연 소신껏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자 환절기 감기 등을 이유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선 병의원에서는 감기약 처방을 둘러싼 말 못할 고민이 불거지고 있는 것.

최근 EBS 다큐프라임팀은 '감기'를 주제로 한 방송을 통해, 한국 의료진은 외국의 의료진과 달리 특별히 약이 필요없는 감기에 대해 무분별하게 많은 약을 처방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환자들의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앞서 이 프로그램은 감기환자에 대한 각국의 치료실태 조사를 위해 가짜 감기 환자의 진료를 받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한국 병의원 7곳에서 평균 2.2개의 의약품을 처방한 반면 외국의 경우 한 개의 약도 처방하지 않은 것을 비교해 방송했다.

이에 의협은 의사의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해 법적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방송이 방영된 이후, 환절기 들어 부쩍 급증한 감기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병의원에서는 과다 처방을 의심하는 환자와 감기 처방전을 둘러싼 환자와 속 터지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A소아과 하모 원장은 "요 며칠새 기온이 떨어져 감기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면서 "실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예전과 달리 처방한 처방전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인터넷에 처방한 내역을 올려 해당 약에 대해 묻는 등 의료진의 처방을 의심하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들 역시 병원에 방문하든 하지 않든 시간이 지나면 감기가 낫는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대다수의 환자들이 감기 증상 완화를 위한 약 처방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북구 B내과의원 박모 원장 역시 "감기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해 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해당 의사가 욕을 먹을 뿐 아니라 환자가 결국 다른병원에서 원하는 처방을 받기 때문에 환자도 잃게 된다"면서 "한국의 의료환경과 외국과 의료 환경이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역시 감기약이 감기를 치료하지는 않지만, 기침 등 감기 증상을 완화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 미복용시 보다 효과적으로 나을 수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잦은 야근에다 급격한 일교차로 감기에 걸렸다는 회사원 김모씨(28세)는 "속설로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먹으면 7일이라는 소리가 있듯이 약을 먹든 안 먹든 결국엔 낫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사 일로 쉴 수 없는 상황에 증상완화를 위해서는 감기약 처방을 위해 병원에 방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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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씨는 "당시 EBS에서 방송한 해당 프로그램을 봤다"며 "(방송에 나온 외국처럼) 의사가 증상이 약해 편히 쉬면 나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약 처방을 거부한다면 한편으로는 의사가 정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아파 병원에 방문한 것인데 TV에서처럼 웃으며 집에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유치원생이 자녀가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는 주부 한모(36세)씨도 "감기약에 대해 말이 많아 약을 먹이는 것이 염려스럽긴 해도, 그렇다고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감기를 이유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 대다수가 약 처방을 목적으로 병원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재 내성 등을 지적하며 처방하는 의사를 불신하거나, 설사 약복용이 필요없어 집에서 쉴 것을 권하면 오히려 '진료거부'로 몰아세우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의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내과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증상 완화와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감기약 처방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증상을 표현 못하는 어린이의 경우 약 처방이 적절치 않은 경우 쉴 것을 권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을 잘 설명하는 성인의 경우 사람마다 모두 다른 주관적 아픔을 객관화시켜 약 처방 유무를 권고하긴 쉽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는 환자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감기약 처방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감기약 처방을 둘러싼 환자와 일선 병의원간 신경전은 올 가을 겨울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투데이 권선미 기자(sun3005@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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