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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삶의 마지막 순간 선택은?… 불붙는 ‘존엄사’ 논쟁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입력일 : 2008-10-01 08: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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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장 거부권 vs 생명존중권, ‘긴병에 효자없다’ 악용가능성도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생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삶을 지속할 권리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충돌.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무한 대립을 반복하던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권 논란이 최근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김모씨의 가족이 낸 ‘존엄사’ 관련 1심 재판부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판결을 지난 26일에서 다음달 3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존엄사,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존중하면서 진정한 생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차원의 존엄사를 공론화하고 구체화해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환자의 대부분은 자연사 선택"

복지의 개념이 구체화되면서 강조되는 이슈는 삶의 질 향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죽음의 질 역시 중요한 인간의 권리라며,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의 한 호스피스병원 관계자는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은 치료 대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호스피스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한다는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는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의 의학적인 치료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다는 뜻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A호스피스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탓에 생명연장에 대한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실장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존엄사에 관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죽음을 의학의 실패이자 극복돼야 할 대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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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안락사나 존엄사 논란의 핵심은 통증”이라며 “통증의 95%는 강력한 진통진정제로 조절할 수 있거나 진정이 가능함에도 부작용·중독·법적 제제 등을 두려워하는 의사의 조심성으로 말기환자들은 통증으로 지옥같은 고통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선의 의학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다면, 인간 한계로서 죽음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죽음을 삶의 완성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우리만의 말기 환자 관리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말기 환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함은 물론 말기환자와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존엄한 죽음을 위한 법적 뒷받침도 마련돼야 한다며, 죽음을 긍정적으로 수용가능하도록 사회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존엄한 죽음 의사표시가 대리결정 등 악용"

문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의사표시가 자칫 불필요한 죽음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A대학 법학과 교수는 “이미 미국에서 연명치료거부 의사를 밝힌 후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잃어버린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존엄사가 법적으로 허락된 미국에서 ‘심폐소생술 금지’ 서명을 한 30대 여성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왔다는 것. 이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할 경우 살릴 수도 있었지만 사전에 밝힌 거부의사로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그러나 여성의 남편은 살릴 수 있는 생명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대학 법학과 교수는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존엄사에 관한 의사표시 부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울법률사무소의 신현호 변호사는 “환자주권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연명치료 지속은 상해죄에 해당하지만, 국가의 대국민생명보호의무 및 의사의 보증인적 의무가 강조될 경우 치료중단은 살인죄가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존엄사에 관한 논의는 국민의 생명권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기초가 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권 중 어느 기본권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헌법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 국민 1025명을 상대로 안락사에 관한 인식조사결과 79.2%가 회생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가 고통을 덜고 빨리 죽을 수 있도록 의사에게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조사됐다.

신 변호사는 “존엄사법은 필요하지만 사회안전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법 제정은 자칫 현대판 고려장법으로 악용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속언처럼 장기간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둔 가족이 환자의 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언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대리행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존엄사 문제는 건강보험제도의 정비·보장성 강화·암 및 노인개호보험의 도입 등 기본적인 보건의료복지제도의 문제가 정비되고, 호스피스제도가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난 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률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wonny013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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