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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성폭행 피해자 '낙태'…法은 허용, 병의원 '곤란', 피해자만 '울상'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입력일 : 2008-08-12 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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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울고 2차 피해 또 울고..아동·청소년 성범죄 국가책임 논란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니 그런 사고를 당하지”
“좋아서 해 놓고 남자 앞길 망치려고 작정했냐”
“돈 뜯어낼려고 고소부터 하는 것 아니냐”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일부의 시각은 여전히 이렇게 삐뚤어졌다. 이런 시각은 결국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수사를 의뢰하면서부터 받게 되는 '2차 피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11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20세이하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2002년 3099건에서 2007년 5460건으로 증가했고, 13세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는 2002년 600건에서 2007년 1081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 성폭력 2차피해에 대한 국가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불가피한 임신·낙태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고, 수사과정에서 노출되는 2차 피해로 피해생존자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 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강간에 의한 임신 후 낙태, "法에선 건보 적용, 병원들은 안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위험성은 이로 인한 임신·낙태 및 수사과정에서 신분 노출, 수사과정에서 경험하는 모욕적 언행 등 2차 피해로 이어져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영희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 '아동·청소년 성폭력 2차피해, 국가책임을 묻다'를 주최, 이처럼 심각한 성폭력 2차 피해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날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성폭행 피해자의 임신 후 낙태에 대한 국가 지원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일 경우를 비롯해 일부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낙태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대부분의 일선 병원에서는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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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법원, 사회의 성범죄 인식은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다”며 “강간으로 임신이 된 여중생이 낙태를 위해 찾은 병원으로부터 판결문을 가져오란 말에 더욱 절망했다”고 말했다.

즉 성범죄가 자칫 불필요한 임신으로 이어지거나 자궁 파열 등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 및 인권 보호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실제로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낙태는 분명 합법화 돼 있음에도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수사과정 연루를 꺼려해 판결문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의료기관은 폭행에 의한 낙태의 경우 이를 판단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폭행에 의한 낙태로 접수받은 즉시 건보공단에 이 사실을 통보, 3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이 가능한 건강보험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간 및 성폭력 등 폭행에 의한 임신의 경우 낙태가 합법화 됐기 때문에 치료를 한 후 가해자에게 건보공단 지급분을 구상권 청구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폭행으로 인한 낙태의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것과 함께 병의원에서 아예 낙태 시술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에 의한 피해생존자의 인공유산은 모자복지법에 의해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지만 현실에서는 성폭력피해자 진료 전담 의료기관이나 지원센터에서 조차 피해사실에 대한 입증을 이유로 수술·진단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공유산 수술시기가 늦어질수록 산모와 태아에게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가중됨을 간과한 것이며, 인공유산 결정의 권리가 산모에게 있음을 부정하는 태도라는 것.

때문에 이미경 소장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사문화된 규정에 불과한 강간으로 인한 임신의 인공유산 허용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신상 노출, 수사과정의 모욕적 언행…2차 피해 양산

성폭력피해자가 경험하는 2차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협박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수사담당자의 언행 등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2002년 11월 경 지인으로부터 4개월에 걸쳐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한 5세 아동의 부모는 이날 토론회에 나와 수사과정에서 아이와 가족이 경험한 2차 피해에 대해 토로했다.

성폭행 사실 여부를 수사하던 지방검찰청에서 수사담당자들은 만 6세이던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해 가며 추궁하고 윽박지르는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겁에 질린 아이가 대답에 어려움을 겪자 가해자와의 대질 조사를 강요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것.

이에 이 아동의 부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게 됐으며, 아동 성범죄의 경우 아이의 진술을 우선적으로 믿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아동 성범죄가 직접적 성기삽입이 없다는 이유로 성추행 등의 가벼운 죄질로 여기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며,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 선임제도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이는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한 후 사건기록을 열람해 신속한 법적 대응을 함은 물론 피해자의 신상을 열람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소인은 검찰만 의지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인섭 변호사는 “성범죄의 특성상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질문들을 강요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수사과정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인권이 외면받는 처사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법정지원팀 이경환 군법무관은 “성범죄 2차 피해에 국가적 책임이 중요한 것은 2차 피해 문제가 시혜적인 피해자 배려의 차원이 아닌 국가의 법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수사기관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직무상 의무를 명확히 인식, 제도 개선 및 교육 등의 예방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영희 의원은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동반된다는 점을 감안해,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wonny013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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