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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름 걷힌 태안의 기적? 주민건강은 '고역'
피해 6개월 주민건강 여전히 심각...건보료경감·건강검진 '모르쇠'
목록보기 프린트 확대축소 입력일 : 2008-06-20 11:47:51
[메디컬투데이 석유선 기자]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로 얼룩진 태안지역이 6개월을 훌쩍 넘기면서 기름띠가 걷히는 등 방제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7월부터는 해수욕장도 개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건강의 어두운 띠는 거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당초 집행하려 했던 건강검진 예산도 슬그머니 없애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기름유출에 따른 피해는 주민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중장기 건강영향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기름띠로 얼룩진 주민건강 심각

'태안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응급방제 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주민의 건강문제는 악화일로다.

한국환경사회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4일 태안군청에서 개최한 '기름유출사고 건강영향 및 사회영향조사 주민설명회'에 따르면 "태안군에 거주하는 성인 4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6%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책임자인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조사 결과는 일반인에 비해 5~13배나 높은 심리적 부적응 상태"라고 심각한 상태임을 전했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혈압이 높아지고 혈액이 쉽게 응고되며 면역기능이 저하돼 심혈관질환, 암,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기름에 장기간 유출되는 방제작업이 길수록 각종 신체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 교수는 이날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방제작업이 진행될수록 주민들의 시신경, 후신경, 근골격계 등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하 교수는 "기름에 들어 있는 암 유발 성분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노출됐는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 '우울·불안증세'까지

기름피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설명회 발제에서 "129명의 어린이를 조사한 결과 아이들 중 6.5%가 우울증상을 보였고, 16%가 불안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우울증세는 일반지역 어린이 집단의 우울증세(1.6%)보다 4배이상 높고 2006년 경기 평택 미군기지 어린이들의 헬기소음에 의한 우울증세(4.5%)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16%의 불안 증세는 평택 미군기지 어린이들의 헬기소음에 의한 불안상태(10.1%)보다 높고 일반 어린이들의 불안증세(4.1%)에 비해서도 4배 가량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부소장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태안 주민들은 우울과 불안, 신뢰저하 등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고 있다"며 "만성건강영향조사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서산 태안 등 지역보건의료전문가들의 참여조사를 제안했다.

◇종적 감춘 주민 '건강검진' 예산

이에 앞서 환경부, 복지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민·관합동회의'가 구성돼 주민들을 상대로 급성 영향조사를 시행, 지난달 28일 공개한 중간결과 발표에서도 주민들의 건강은 편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결과는 주민들에서 두통, 메스꺼움 등의 다양한 급성 증상이 있었고 신경행동기능이 떨어졌다는 것. 또 초기 마셨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부분 몸에서 빠져나갔지만 일부 물질은 아직도 높다는 분석이었다.

문제는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주민 정밀건강검진 시행이 현재로 요원하다는 것. 당초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예산 10% 절감 실천방안'에 따라 절감된 올해 예산 중 30억원을 투입해 하반기경 검진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투자하기로 했던 30억원의 행방이 현재로서 모호한 상황이다. 이는 당초 건강검진이 복지부 관할에서 최근 환경부로 이전된 데 따른다.

19일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30억의 예산을 마련해 지역주민의 건강검진과 사후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지난 5월말 시행 주체 부처가 변경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며 "이에 환경부가 건강검진을 비롯해 사후 영향조사를 주관, 예산확보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지역주민 건강과 관련된 일인 만큼 애착을 가지고 예산을 확보하려 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부가 하는 게 맞다는 정부의 생각에 따라 검진사업의 운용권을 넘겼다는 것.

그러나 검진사업을 관할하게 된 환경부는 검진에 필요한 30억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당초 하반기 시행하려 했던 검진사업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검진 예산은 기획재정부 등에서 심사해 관할 부처인 환경부를 통해 지자체로 전달될 것"이라며 "복지부는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검진에 적극협조하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에 국한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충남도와 태안군 등에 따르면 이달 27일께 방제작업 종료를 선언, 태안지역 32개 해수욕장중 소원면 구름포·의항·백리포·천리포 해수욕장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해수욕장을 예년처럼 7월1일부터 정상 개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방제종료 선언에 따른 해수욕장 개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환경연합은 19일 "기름유출 사고 후 추가검사도 이뤄지지 않은채 기준검사만 통과한 후 시행하는 태안지역 해수욕장 개장은 오히려 화를 부를 것"이라며 "무리한 해수욕장 개장 추진은 해수욕장 이용객 등의 건강 피해와 그에 따른 지역 전반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디컬투데이 석유선 기자(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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