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우려" 복지부 철벽방어…골다공증 급여기준 개선 '공회전'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9-23 07: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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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core 기준으로 약제 투여기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국제 진료지침에 준하는 급여기준 개선 필요
▲ 세브란스 이유미 교수는 현행 급여기준상 골다공증 약제의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 혁신을 위한 정책토론회-100세 시대를 여는 건강선순환의 시작 온라인토론회 화면 캡쳐)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골다공증 치료 환경의 혁신을 위해 골다공증 첨단 신약의 지속 투여와 골절 초고위험군의 예방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급여 개선이 촉구됐다. 이에 정부가 일부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급여기준을 개선해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년기 만성질환 중 골다공증은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축시키는 ‘건강악순환’의 주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골밀도는 노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연 감소하므로 지속적인 골다공증 약제를 투여해야만 골다공증 환자의 골절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골다공증 약제 급여투여 기간은 골밀도 수치인 T-score –2.5 이하의 경우 1년 급여를 인정하며 이후 추적검사에서 T-score –2.5 이하인 경우에만 계속 급여가 적용된다. 또한 골다공증 초고위험군의 약제 급여기준에서는 1년 이상 골흡수억제제를 사용한 이후 새로운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골형성제제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골다공증 치료효과가 높은 첨단 신약을 글로벌 가이드라인 수준에 맞춰 기간 제한 없이 1차로 지속 급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단체 의견”이라며 정부를 향해 첨단신약 급여제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물은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투여기간은 골밀도 측정치 및 골다공증성 골절 여부에 따라 달리 설정하고 있으며 이후 추적검사를 통해 골밀도 측정치가 여전히 낮은 환자는 기간에 상관없이 계속 투여하고 있다”며 “급여기준 개선은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소요재정 등 보험급여의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복지부에서 한 차례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대한골대사학회는 이종성 의원실 주관, 대한골대사학회 주최 하에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 혁신을 위한 정책토론회-100세 시대를 여는 건강선순환의 시작'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는 “대한골대사학회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 등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한번 골다공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 중 T-score가 -2.5를 초과하더라도 골다공증 진단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에 따른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행 급여기준상 골다공증 약제의 투여기간을 골밀도 T값을 기준으로 제한해 지속치료가 어려운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최신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기간 골밀도 상승 효과 및 안전성이 확인된 골흡수억제제의 경우 골밀도에 따른 투여기간 제한 없이 골다공증 지속치료가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영균 교수는 골다공증 초고위험군 대상 효과적 치료를 위해 ‘골형성 제제’ 1차 치료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이미 골절을 경험한 초고위험군 환자의 4명 중 1명은 재골절이 발생하며 재골절 환자의 70%가 치명률이 가장 높은 척추골절을 겪어 골절 위험도를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제 진료지침들은 골형성제제 투여를 통해 빠르게 골밀도를 높인 후 골흡수억제제를 사용해 골밀도를 유지·강화하는 순차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현행 보험급여 기준은 골흡수억제제를 1년 이상 쓰다가 추가 골절이 발생해야만 2차 치료에서 골형성제제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두 번째 소를 잃은 다음에야 효과 있는 약을 사용해도 좋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골절 초위험군 환자들의 재골절 예방 치료 목표에 부합하는 골형제제 급여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제적 진료지침에 준해 초기 골형성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1차 치료 보장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이러한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골다공증 약제의 1차 치료제로의 급여 확대 이후 약제비는 2018년 75억원에서 2019년 440억원, 지난해 840억원 정도로 급증했다.

최 사무관은 “최신 진료지침에 급여기준이 부합할 수 있도록 신약 접근성 향상에 노력하되 지속가능한 재정 건전성과 함께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보재정의 보호 차원에서 골다공증에 대한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를 발표한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신주영 교수는 “골다공증 골절 환자에서 최초 골절 후 2년 내 재골절이 17.9% 발생한다”며 재골절 발생은 첫 1년간 평균 의료비용을 2배, 환자 1인당 1개월에 6배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사후관리를 제공해 재골절을 방지하는 것이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종성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기준 개선에 대한)문제 제기는 명확히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우려한 재정 문제와 관련해 “영국의 CDF와 같은 별도의 암관리기금을 마련하자는 ‘암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여기에 희귀질환도 포함하자는 논의가 있어 검토 중”이라며 “투트랙으로 건보재정과 다른 기금을 만드는 것, 이를 당 차원의 어젠다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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