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중심'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자칫 직역 이기주의로 비쳐"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8-02 07: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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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공공성·전문성·현실성 원칙에 입각한 통합적 법제화 논의 촉구
▲ 국회입법조사처 CI (사진=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현재 서비스 제공 인력의 자격 기준을 중심으로 의견이 갈리는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가 자칫 직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공공성·전문성·현실성 원칙에 입각한 법제화 논의를 통합적으로 이끌어 전문 인력이 양질의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에서 ‘비의료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 통합을 위한 원칙과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비의료 심리상담은 공적 서비스 공급체계가 아닌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각기 발급한 자격증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

이에 공적 관리‧감독 체제의 부재로 무자격자가 심리상담소를 개소하거나 내담자와의 부적절한 성적 접촉을 시도하는 등 사회문제가 꾸준히 발생해 왔다.

또한 심리상담사(소)가 적격한 상담을 제공하는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이 심리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표준화·전문화되지 않은 심리상담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소하고자 국내에서는 공급체계를 공적으로 전환해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대함으로써 심리상담서비스의 접근성을 제고하자는 취지의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심리상담 서비스 입법 논의는 두 갈래로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먼저 한국심리학회에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심리서비스 연구 용역’을 통해 ‘심리서비스법’(가칭)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담학회에서는 ‘심리상담사법’(가칭)의 제정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법률안을 비교해보면 심리상담 제공 인력의 명칭과 그 자격 규정에서 양자 간 핵심적 차이가 드러난다.

심리상담 제공 인력의 명칭에 대해 심리학회와 상담학회는 각각 ‘심리사’와 ‘심리상담사’로 규정해 양 학회 모두 배타적으로 사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심리학회는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을 ‘심리사’로 규정하고 심리학 전공 및 실무수련(심리학 이수 프로그램) 중심의 자격 기준을 제안했다. 즉 심리학을 기초로 심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에 따라 심리학 전공자들에게 자격을 우선 부여한다.

반면 상담학회는 자격 기준을 특정 전공 차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심리상담 현장에서 다양한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력 상황을 인정하고 향후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 인력을 재구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심리학뿐 아니라 상담학 등 유관 전공 영역을 포괄해 상담을 해오던 기존 인력의 재교육 및 훈련을 통한 전문 자격의 취득 기회 제공을 골자로 한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심리상담서비스 제공 인력의 분산과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규제적’ 자격 기준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 인력들을 단순 집합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관련 법률안의 조정·통합을 위해 ▲공공성 ▲전문성 ▲현실성 등의 기본 원칙과 연계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공공성의 원칙에 따라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 공익을 추구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비전문적·비윤리적 심리상담 행위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이 심리상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심리상담 관련 법률 제정이 추구해야 할 일차적 공공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성을 간과해 직역의 명칭이나 전공 영역 논의에 매몰되는 것은 자칫 ‘직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고 심리상담 전문가의 가치를 절하시킬 수도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법률의 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성의 침해, 부작용,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대안들, 예상되는 기대효과와 어려움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기반한 포괄적인 자격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심리상담사, 심리사 등 명칭이 서로 다르게 제안돼있으나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그동안 심리상담 전문가의 역할과 직무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왔으나, 여전히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자들이 일정한 전문성을 공유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적 직무수행 문제는 권익 활동과 업무 위반 시 벌칙 등에 직결될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 운용이 가능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현실성의 원칙이 강조됐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대국민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만을 포함하고 있어 그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그 기저에는 심리상담 전문 직역의 역할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법제화의 원칙과 방법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간 상호 이해와 일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에서 특정 자격기준을 도입한다면 그 기준을 충족하는 자격증자 외 심리상담 업무 수행을 금지함으로써 서비스 현장의 문제점은 해소될 수도 있겠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는 일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그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심리상담 자격증자들의 전문적 역할이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공익적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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