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형성에 4.6년...효과적 대응 위해 세계적 협력 필요"

한지혁 / 기사승인 : 2021-04-12 07: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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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투여 및 분배 현황에 대한 우려를 다룬 논문이 발표됐다. (사진=DB)

코로나19 백신 투여 및 분배 현황에 대한 우려를 다룬 논문이 발표됐다.

12일(현지시간) 고소득 국가의 백신 독점 현상을 비판하는 논문이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코로나19에 대한 여러 종류의 백신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온 이래로 세계 각 국가에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지만, 국가별 백신 확보량과 접종률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 메사추세츠 병원 글로벌 센터의 연구진들은 세계적으로 만연한 백신 불평등이 대유행의 종식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인류를 찾아올 다음 대유행에 대비하는 것에 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G7 국가(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들은 ‘COVID-19 백신 글로벌 액세스(COVAX)’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말까지 저소득 국가 인구의 20%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협약과는 별개로, 세계 인구의 14%만을 차지하는 경제 강국들이 현재 화이자 백신의 96%, 모데나 백신의 100%를 포함해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 인구의 몇 배 이상을 접종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백신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전체 인구의 5배수에 해당하는 백신 선량을 사들였다.

논문의 저자들은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이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국가별 건강 수준의 차이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세계는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도덕적 실패의 대가는 세계 최빈국들의 생명과 생계로써 지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670만 개의 백신이 투여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인류가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얻기까지는 대략 4.6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면역이란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체가 더는 쉽게 퍼질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해당 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획득한 상태를 칭한다.

전문가들은 2021년 말까지 저소득 국가들의 국민 중 80%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집단면역의 획득에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해 기존 백신의 효능이 감소할 가능성은 커지며, 만약 중대한 변이가 발생하여 백신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면, 여태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 채 세상은 대유행 초기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국가별 백신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련의 방법들을 제시했다.

우선 백신 조달을 국가별 사업이 아닌 글로벌 이슈로 보는 관점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높은 경제적 수준에 있는 국가들이 과도한 백신 선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현재의 상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신을 비롯한 필수 의약품이나 서비스를 상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공공재로써 취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나서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TRIPS)’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아공과 인도가 제안하고 90개 이상의 국가가 지지한 이 주장은 제약회사들이 이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18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현재 유행병의 심각성이 약물의 판매 수익을 고려할 수준을 넘은 상황이고, 전 세계적으로 충분할 만큼 많은 양의 백신을 공급할 인프라와 유통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금이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저자들은 백신 불평등을 재조정하고 세계 외교 관계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미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소위 ‘PEPVAR’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글로벌 백신 생산, 유통 및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성하고 외국 정부 및 다국적 조직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PEPVAR’란 지난 2003년 에이즈 유행 당시 인류와 에이즈 간 싸움에서의 승리를 이끌었던 프로그램 ‘PEPFAR’에서 비롯된 것으로, 저자들은 미국이 이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건강, 안보, 경제 수준 역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메디컬투데이 한지혁 (hanjh343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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