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친숙한 좌식생활, 하지정맥류에는 독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

한국식 온돌 바닥 난방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게 만들어주는 조상들의 선물이다. 덕분에 날씨가 쌀쌀해져도 집에서는 여전히 민소매, 반바지 등 여름옷을 착용하는 이들이 많다. 또 온돌 바닥의 난방은 우리에게 좌식생활이라는 문화에 익숙해지게 했다. 이는 방, 마루 등 바닥에 앉아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바닥이 따뜻하지 않았다면 실내에서 슬리퍼도 없이 맨발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의식주가 서구화되면서 입식생활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좌식생활은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좌식생활이 편하다고 해서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바닥에 앉을 때 주로 취하는 양반다리 자세, 무릎 꿇기, 쪼그려 앉기 등이 퇴행성관절염 등 관절질환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표적인 혈관질환이자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하지정맥류를 앞당길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위치한 정맥의 혈액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손상되거나 정맥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심장으로 흘러야 하는 혈액이 다리에 고이는 혈관질환이다. 혈액이 심장에서 다리로 전달될 때는 영양분, 산소 등을 공급해준 다음 다시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싣고 심장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때 중력의 영향을 받아 역류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고 다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다리 혈관이 확장되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하정외과 전주점 강정수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보통 오랜 시간 서 있는 분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좌식생활을 할 때 취하게 되는 양반다리, 무릎 꿇고 앉기 등도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며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저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혈액순환에 장애가 일어났을 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강 원장은 “하지정맥류에 노출되면 초기에는 다리가 붓거나 무거워지는 등 피곤했을 때 자주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만 있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혈관돌출, 통증, 저림, 야간경련, 가려움증 등이 생길 뿐만 아니라 피부착색, 궤양, 괴사와 같은 증상으로 다리 건강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치료 받지 않으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붓거나 중압감이 느껴지는 수준이라면 압박스타킹, 약물치료, 주사 경화요법처럼 비수술적인 방법만 적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질환이 진행된 지 꽤 돼 통증, 혈관돌출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외과적 발거술을 비롯해 레이저 치료, 고주파 치료 등 다양한 종류의 치료법이 있으며, 수술시 부위별 체계화된 2~3가지 치료법을 병행한 복합 치료를 적용 받는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정수 원장은 “좌식생활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할 위험성이 높은 만큼 하지정맥류의 발병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이라면 이런 자세로 앉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이보다는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꾸준한 스트레칭과 혈관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식습관으로 하지정맥류를 예방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august@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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