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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병원 현장은 여전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
입력일 : 2020-07-16 17: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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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다수인 의원 급의 괴롭힘은 현행법 상 논의대상조차 안돼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병원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 노동본부, 강은미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함께 주최한 이번 국회토론회는 의료연대본부 주관 하에 1300여명을 대상으로 법 시행 1년 이후 현장변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정의당 권영국 노동본부장의 사회로 시작한 개회식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강은미 국회의원이 토론회 축사를 통해 이번 국회토론회의 의미를 밝혔다.

심 대표는 “2018년 고 박선욱 간호사와 2019년 고 서지윤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태움’이라는 직장 내 괴롭힘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법이 만들어졌다. 법 시행 자체로 괴롭힘을 명시하고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뤄냈지만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 오늘 이 자리가 법에 대해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발언했다.

강 의원 역시 “현행법이 처벌 조항이 없어 많은 부분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지난 9일 입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늘 토론을 통해 모색된 대안으로 제도적 보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발언했다.

첫 번째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이종희 변호사는 병원에서 발생했던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포함하여 법 제정의 배경 및 한계, 제언에 대해 발제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법 제정을 통해 노동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임을 명시하고 사용자의 여러 가지 조치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취업규칙 개정을 의무화함으로써 사용자의 책임을 묻기에 좀 더 용이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해당 법은 사업장 내 자율적 해결절차로 설계되어 규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에게 각종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행정적 조치(과태료)조차 규정되지 않아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또한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취업규칙 작성·신고 의무도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적용범위 상의 큰 한계가 있다.

5인 미만 의원급에서 근무하는 병원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괴롭힘은 특히 사업주로부터 가해가 발생하고 문제 제기는커녕 대부분 사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법 개정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일과 건강 한인임 사무처장은 두 번째 발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해결에는 한국 노동시장의 ‘과로’라는 특성에 맞추어 과로사예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8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52시간제가 실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특례업종에 남아있는 병원의 경우 대표적으로 과로 사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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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업무능력 저하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환자안전에 크나큰 영향을 줌에도 노동시간 단축 및 인력충원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자나 상급자로부터 폭언·폭행 및 부족한 인원으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압박 속에서 일해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상황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로사 예방법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예외대상이었던 병원 사업장을 포괄한 뒤 법정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인력충원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어진 토론의 첫 번째 주자로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직장갑질119에서 일반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법 제정 이후 병원내외의 변화에 대해 발언했다.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53.5%로 줄어들지 않았다(46.5%)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 위원장은 태움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인력부족 해소, 교육방식 개선 등의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는 한편,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이며 군대문화와 집단주의 문화가 만연한 조직문화의 변화가 같이 변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이민화 활동가는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간호사 직종의 현실 및 조직문화에 대해 발언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에 60%, 변화가 없다는 응답에 39%라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법 실행 이후 효과가 있었으나,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 77%가 변화가 없다고 답한 것을 볼 때 노동조합의 유무가 괴롭힘 방지법을 이행하고 처리하는데 핵심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본인 혹은 동료가 받은 괴롭힘 수준에 응답자의 25%가 심각한 편이라고 답하는 것을 봤을 때 여전히 많은 비율의 병원 노동자가 괴롭힘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활동가는 “‘태움’이라는 괴롭힘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병원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 간 분쟁으로만 문제를 해석하고 가해자 처벌 강화에만 집중한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간호사들이 남긴 해결방안으로 인력충원,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처리기관과 괴롭힘 금지 예방 교육의 법제화(공가시간 부여), 피해당사자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한림대 간호학과 강경화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박선욱 간호사와 고 서지윤 간호사를 추모하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여전히 병원 현장에는 두 간호사와 같이 병원 현장에서 유사한 환경과 괴로움을 견디며 일하고 있으며 이것을 ‘태움’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로 개인적·개별적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병원의 조직문화와 업무특성을 살펴보면 생명과 직결된 건강문제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환자 안전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경영은 외형적인 성과중심으로 흘러 병원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자원들이 적정하게 공급되지 않는다. 이윤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병원의 성과중심주의가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위계적 분업과 결합되어 조직적인 괴롭힘을 만들어내고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토론자인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오영민 과장은 “제도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확실히 줄어든 게 맞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현재 법이 가진 한계에 대해 짚으며 관계부처가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발언했다. 오 과장은 “제3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 노동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부분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다만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나 갑질로 인해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은 부분은 사업주의 안전배려 차원에서라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산안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동법 개정 뿐 아니라 산안법 개정 준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현장에서는 괴롭힘과 관련이 없는 분들만 교육을 받고 관리자는 교육을 안 받는 문제가 나타나기에 이런 형식적인 교육부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행정부처 안에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고 법제화 내용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하겠다”는 말로 발언을 끝마쳤다.

이후 자유토론 시간에는 발제자 및 토론자를 향한 질문과 오늘 토론회에 대한 의견이 병원 노동자들로부터 열띠게 나왔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에 들어가고 있는 병원 노동자가 활동을 하면서 드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간호사가 괴롭힘 문제 해결의 어려움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오늘 토론회를 통해 나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성과와 한계, 해결방안 등을 가지고 오늘도 병원 현장에서 괴롭힘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노동자가 제도의 지원을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이후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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