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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침체일로 걷는 화장품②] 갑질로 피멍든 화장품 노동자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입력일 : 2019-12-05 06: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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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노동자 10명 중 1명 '유산 경험'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화려한 화장품 매장. 하지만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고객의 갑질로 이들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지고 있다.


“제품을 집어 던지거나 욕을 하는 고객들도 수두룩해요. 반말은 기본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백화점에서 다시는 일을 못하게 만들겠다는 협박도 받기도 해요” 백화점 17년차 노동자 A씨의 말이다.

명품 화장품을 판매하는 노동자들. 이들은 고객들의 갑질로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었다. 욕설은 물론 폭력까지 경험함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간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36.6%는 깔보거나 업신여김을 당했다.

▲인신공격(27.7%),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차는 행위(20.5%), ▲욕설경험(12.9%), ▲불필요한 신체접촉(10.1%),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8.6%), ▲협박경험(5%), ▲폭력 행사(1.5%) 등 고객 갑질도 다양했다.

6.1%는 지난해 우울증 진단이나 치료를 받았고 공황장애를 겪은 노동자들도 2.4%나 됐다. 이는 비슷한 연령대 여성의 3.5배, 12배 높은 수치다. 자살을 생각한 노동자들도 9.7%에 달했다.

여성 노동자의 유산 경험도 곳곳에 존재한다.

“10시간 내내 서서 일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굉장히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 갑자기 배가 뭉치거나 애기가 힘들어해서 쉬러 가거나 이런 분들이 많다. 하지만 유산을 했다고 해서 기간을 많이 주진 않는다” 면세점 노동자의 증언이다.

실제로 노동자 49.8%가 동료의 유산을 목격한 경험이 있었고,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유산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화장실 조차 제때 못가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40.2%는 지난 1주일 동안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경험이 있었고, 근무 중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에 물을 마시지 않은 경험자도 42.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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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방광염을 불러왔다. 20.6%는 “지난 1년 동안 방광염으로 진단·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 여성 노동자(6.5%) 대비 3.2배나 높은 수준이다.

의자가 배치돼 있지 않아 하지정맥류 등 질병도 경험하고 있었다. 15.3%는 지난해 하지정맥류 진단 혹은 치료를 받았고,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은 노동자도 7.9%에 달했다. 이들은 같은 나이대 여성들에 비해 25.5배, 15.8배나 더 이 같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ㆍ운영 가이드 마련 등 유통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통업 노동자들은 여전히 쉴 권리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백화점․면세점 내 고객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판매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해결을 바란다는 내용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바 있다.

이 같은 유통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증진과 관련해 인권위는 8월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운영 가이드’, ‘서서 일하는 근로자 건강가이드’ 등을 마련해 유통업체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일부 유통업 매장에서는 근무 매뉴얼 등을 통해 유통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고객화장실 사용 금지 등의 교육 안내를 실시하는 사례도 발견되는 등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가이드들을 강제할 수가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유통업 종사자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조의6 제1항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그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을 신설하고, 근로감독관이 대규모 점포 등 유통업 시설의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실태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쉴 권리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 피로를 풀고, 일․생활 균형 등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산별노조가 지난달 출범했다. 이들은 대형 쇼핑몰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판매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 권익 보호를 요구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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