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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뜨거운감자 녹지국제병원, 영리병원 확산 ‘시발점’ 비판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입력일 : 2018-12-07 0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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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상 진료 조건, 법적 근거 전무 지적도
▲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은 가운데 의료영리화의 첫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개설 허가했다.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과로 한정했고 건보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아 건보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도는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 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와 목적 위반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다. 원 도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를 모아 이윤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인을 말하는데, 현재 국내 민간병원들의 경우 비영리 의료법인이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이익 등은 연구비와 인건비 등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야외 자쿠지가 설치돼 있는 최고급 병실 등 제주도민이 이용할 수 있게끔 용도전환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원 도지사는 설명했다. 현장점검결과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 휴양 시설 외 활용이 불가하다는 판단이다.

숙의형 공론조사 때부터 녹지국제병원은 말이 많았다. 이에 조건부 개설허가 소식에도 찬반 양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단 찬성 쪽에서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갖추고 있고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해 의료산업 강화 등 강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공공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비영리병원들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측 입장이다.

이에 도는 건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의료관광객 진료만으로 한정하는 ‘조건’을 강조했지만 이것만으로 영리병원 확산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운영이 성공적일 경우는 문제없겠지만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내국인 환자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의료법에는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에 사실상 내국인 진료는 허용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는 올해 1월 복지부에서 승인한대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경우 진료거부 금지 등에 해당되는지 질의한 결과 복지부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겉보기에는 영리병원 확산을 막을 대안이 충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 측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는 문 정부에 대한 불신도 한 몫하고 있다. 2015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복지부가 승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병원 영리법인 설립 금지를 공약한 바 있다. 실제로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반대 뜻도 밝힌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세간의 집중을 받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인 만큼 적극적인 사업계획 승인 취소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업을 묵인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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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의 경우 진료과가 4개로 한정돼 있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영리병원 확산에 따른 부작용 중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양극화다. 실제로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이 가능하고 타 기관에서도 타당성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개발연구원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환자 유치형 영리병원은 해외 환자 30만명을 유치할 경우 생산유발 효과는 1조6923억~4조8818억 수준으로 전망됐다. 고용창출효과는 1만3142명~3만7939명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리병원 확산이 이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기존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수가와 관련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의료비 폭등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어쩌면 아파서 치료받기 위한 행위에도 ‘자격(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와 관련,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진료대상 조건과 관련 “의료법 제15조에서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의사의 직업적 책무성이 관련돼 있는 가운데, 과연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내국인 진료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들어 내국인 환자가 응급상황 등으로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했을 경우 타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타 중한 질환 발생 등 문제 발생시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부천 소재 모 한의원에서 봉침수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때 같은 층에 있던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이 도움 요청을 받고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등 힘썼지만 환자 사망의 책임 총구가 의료진에게 겨눠졌던 바 있다.

의협은 “최근 진료의사 구속사태 등을 미뤄볼 때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법원은 의료법을 잣대삼아 의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면역함암제의 경우 녹지국제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면 국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끼는 등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며, 영리병원 첫 허용으로 둑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보제도 내실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이전 기존 건보제도의 내실화될 수 있도록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강지언 제주도의사회장은 “진료영역이 내국인으로까지 확대될 우려가 크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설이 강행된다면 진료범위 내에서만 녹지국제병원이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조례에 분명히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의료계의 전문가적 의견과 판단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데 제주도-의협-제주도의사회가 참여하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원 도지사는 “의협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충분히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앞으로 조례 제정이 남아있는데 의협과 의사회에서 전문가적 의견과 자문을 많이 해주면 적극 반영할 방침이고 내국인 피해가 없도록 할 방침이며 이를 어길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 주장대로 건보제도 내실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 도지사가 조건부 허가라며 뭔가 달라진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공론조사에서 이미 도민들이 거부했던 것이고 현행법에도 없는 조항”이라며 “국내 병원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도 없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허가됨으로써, 전국에 걸쳐있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이 개설될 길이 열렸다는 지적도 있다. 건보 당연지정제에 대한 역차별 문제제기나 국내법인의 우회 투자는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

특히 운동본부는 청와대와 정부 측과 긴밀한 협의를 한다 해놓고 영리병원을 허가한 것은 규제프리존법 통과와 원격의료 추진 등 문 정부와 의료영리와 추진 방향을 읽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며, 공론조사 불허 결정도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충분히 문 정부가 제주영리병원 허가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민주당과 현 정보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이유며, 지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앞으로 시민사회와 정의당이 발의할 영리병원 설립금지 법안 발의에 함께해야 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우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반대를 멈추지 않고 의혹도 끝까지 밝혀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원 도지사는 제한적 조건을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법 등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 대상 병원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고,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 허용은 별 의미가 없다”며 “공론조사위 결과를 무시한 이번 처사는 제주도민 외국 투자자본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론조사위 결정을 수용키로 한 약속마저 저버리며 국민 건강과 의료를 외국자본에 맡긴 원 지사 결정은 즉각 철회 돼야 한다는 것이 윤 의원의 설명이다.

윤 의원은 “영리병원 허가는 과잉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조속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단체들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희룡 도지사가 스스로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수차례 공론조사위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혀왔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제주도민의 여론을 기만하고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민주적 절차 자체를 송두리 째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연합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시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 불허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은 “제주도는 녹지병원을 편법 허용함으로써 이 병원을 관리감독 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상태”라며 “더 이상의 영리병원 불허를 위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제주특별자치도의 조치가 의료산업 활성화에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모아지고 있다. 투자를 통한 국내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외국인 환자의 데이터 수집과 타 의료기관의 국내환자 데이터를 융합해 글로벌 의료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특히 세계적인 의료경쟁력을 갖춰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이번 녹지국제병원 조건 개원 허가와 관련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메디컬투데이 이한솔 기자(lhs78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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