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냉가슴만 ‘끙끙’…화병 날라

김진영 / 기사승인 : 2012-11-19 1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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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근육통 등 신체질환 동반해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웃어른에게 아랫사람으로서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곧 ‘말대꾸’로 치부돼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관계에서는 아직까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며느리는 적지 않은 현실이다.

여성에겐 며느리의 위치가 입을 닫게 한다면 남성은 한 가정의 경제력을 도맡는 가장으로서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제 때 해소하지 못하고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속앓이로 나타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한 이 화병은 두통이나 근육긴장, 등 혹은 어깨의 근육통, 가슴이 답답한 느낌 등 갖가지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상우 교수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미숙하다보니 불안과 우울을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하는 일이 미숙해지고 이는 자신의 고통을 심리적인 용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게 만든다”며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비유하면 신체적 증상이란 환자가 우울하고 힘들 때 눈물대신 신체가 여러 가지 증상으로 울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서의 ‘화병’은 1984년 미국정신의학회에 보고된 바 있으며 한국 인구의 4.2%에서 발견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에 속한다.

화병은 가족 내에 갈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같은 정신적인 질환에 근거한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의 원인이 신체적인 이유에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과 정신질환 치료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특성 탓에 적극적인 치료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제 때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한상우 교수는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 두통이나 흉통, 복통, 관절통이나 근육통, 만성 피로와 같은 모호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면서 1차 진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러한 신체증상에 대해 내과적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런 이유로 1차 진료기관에서 우울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여러 가지 다른 병으로 오인돼 정확히 진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yellow832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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